『아몬드』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손원평 작가의 신작 소설,『젊음의 나라』리뷰를 들고 왔습니다.
이 소설은 제목과 달리 역설적이게도 '노인의 나라'가 되어버린 근미래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서늘한 여운과 함께 "우리는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1. 노인의 바다에 떠 있는 외로운 섬, '청년'
소설의 배경은 저출생과 고령화가 극단으로 치달은 근미래의 한국입니다.
인구의 대다수는 노인이고, 젊은이들은 AI 로봇과 일자리 경쟁을 벌이며 이주민 2세대와 몸값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주인공 '유나라'는 스물아홉의 청년입니다.
그녀의 꿈은 남태평양의 인공 섬 '시카모어'에 입도하는 것입니다.
그곳은 부유한 노인들이 호화로운 서비스를 누리고, 그들을 돌보는 젊은이들 또한 유토피아 같은 삶을 보장받는 곳입니다.
나라가 시카모어 섬에 가기 위한 경력을 쌓기 위해 국내 최대 노인 복지 시설 '유카시엘'에 상담사로 취업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2. 이 소설이 그려내는 서늘한 미래 키워드
손원평 작가는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소설 속 현실로 아주 세밀하게 구현해 냈습니다.
선택사(존엄사): 소설 속에서는 죽음조차 계급이 되는 사회를 그립니다.
경제적 여유에 따라 죽음의 방식과 시점을 선택하는 제도가 일상화된 모습은 윤리적 성찰을 자극합니다.
세대 갈등과 혐오: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짐으로 여기는 청년층과, 자본을 쥐고 사회를 통제하는 노인층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이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인간의 대체: "결국 세상에서 가장 싼 건 사람이야"라는 대사처럼, 기술 발전 속에서 소모품으로 전락한 인간의 가치를 조명합니다.
3. "누구에게나 올 늙음, 한때는 나였을 젊음"
주인공 나라는 유카시엘에서 다양한 노인들을 만나며 변화합니다.
그들을 그저 '늙어있는 상태의 사람'으로만 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그들 역시 한때는 뜨거운 꿈을 가졌던 '나'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노인이라는 존재를 그저 ‘늙어있는 상태의 사람’으로 인지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차츰 깨닫게 되었어요.
그들도 한때의 나였다는 사실을요."(P.257. 본문 중)
이 대목은 소설이 단순한 디스토피아적 경고를 넘어, 세대 간의 이해와 연대라는 희망의 실마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감상평
작가는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남루한 현실 속에서도 '시카모어 섬'이라는 유토피아를 꿈꾸고, 결국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며 가지를 뻗으려 노력하는 나라의 모습은 지금 우리들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당신의 이야기가 되지 않기를, 동시에 반드시 당신의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마땅히 꿈꿔야 할 '젊음의 나라'는 어떤 모습일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