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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에서 시작하는 배움|『크루아상 공부방』

by 스마트지식수집가 2026.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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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가와현 미우라반도, 요코스카시와 이웃해 있지만 도시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그렇다고 논밭이 펼쳐진 시골도 아닌 한적한 주택가, 그곳에 자리한 작은 빵집 구로하 베이커리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전직 초등학교 교사이자 현재는 빵집에서 일하는 구로하 산고가 있다. 크루아상을 본떠 지은 이름처럼, 그는 부드럽고 겹겹이 쌓인 사람이다. 아버지 고타로, 아들 신지, 그리고 마유리와, 류노스케의 이야기이다.

 

크루아상 공부방 표지
크루아상 공부방 표지

 

 

🍞 빵을 훔친 아이, 그리고 시작된 공부방

어느 날, 빵집에서 샌드위치를 훔치다 들킨 아이 이치조 마유리.
마유리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고, 엄마는 야간 근무를 한다. 하루에 주어지는 300엔으로 늘 같은 편의점 음식만 먹다 우연히 먹어본 구로하 베이커리의 샌드위치 맛을 잊지 못해 결국 훔치게 된 것이다.

산고는 마유리를 혼내는 대신 마유리의 이야기를 듣다가 엄마가 숙제를 봐주지 않아서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전 초등학교 교사로서 고민한다.

일본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숙제를 직접 확인하고 채점한다.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부모가 먼저 알아차리고, 교사에게만 맡기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은 늘 이상과 다르다. 마유리의 엄마처럼,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벅찬 어른에게 ‘학습 참여’는 너무 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 허락받지 못한 선의와, 엇갈린 오해

산고는 마유리의 숙제를 봐주며 부족한 부분을 더 도와주고 싶어서 빵집이 쉬는 수요일마다 무료 공부방을 열기로 결심한다.

마유리는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채 숙제 검사를 받았고, 산고가 직접 엄마를 찾아갔을 때 돌아온 것은 고마움이 아닌 경계와 오해였다.

선의가 항상 선의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해가 되었다.

결국 마유리는 예전처럼 숙제 검사를 받지 못한 채 학교를 다니게 된다.

 

🕵️‍♂️ 아이들이 만든 해결책, 그리고 신뢰의 회복

관심 없는 척했지만 신경 쓰였던 신지는 친구 마쓰무라, 그리고 마유리와 함께 방법을 찾는다.
어른에게 기대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생각해 낸 해결책은 의외로 ‘소년탐정단’ 같은 방식이다.

야간 근무로 낮에 잠을 자는 마유리의 엄마를 깨우는 수상한 초인종 사건이 일어난다.
신지와 마쓰무라는 계단에 잠복하고, 제법 명탐점처럼 거울까지 준비해 범인을 찾아낸다.
범인은 다름 아닌 마유리를 좋아하던 같은 반 남학생이었다.

이 소동을 계기로, 마유리의 엄마와 산고는 다시 대화를 나누게 된다.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오해는 풀리고, 숙제 검사와 공부방은 다시 시작된다.

이 장면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어른이 해결해준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만든 ‘상황’이 관계를 바꿨기 때문이다.

 

🏚️ 미스터리의 등장, 그리고 난독증이라는 현실

이야기는 갑자기 폐허에 사는 수수께끼 인물의 등장으로 장르를 넘나 든다.
처음에는 다소 뜬금없게 느껴졌지만, 이 미스터리는 사실 류노스케의 난독증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였다.

총명하고 똑똑하지만 류노스케는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학습의 어려움을 겪으며 류노스케는 단순히 자기가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류노스케에게는 좋은 부모님이 계시고 난독증이 치료되는 병은 아니지만 어려움을 가족들과 주변의 따뜻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헤쳐 나 갈 것이다. 

 

🌱 이 책이 남긴 가장 큰 질문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이유도 모르고 어른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옳은 가르침’보다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대화하며 얻은 결론이 훨씬 믿음직하고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이 문장을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느리고, 서툴고, 당장 정답처럼 보이지 않는 선택을 하는 아이를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재촉해 온 내 모습 말이다.


배움은 강요로 시작되지 않고, 기다림 속에서 자란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틀려 보여도, 돌아가도 괜찮다.
아이 스스로 납득하고 움직일 때, 그 배움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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